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결승점에 들어갔을 때 일이었다.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으로 뛰는 둥 마는 둥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 초입으로 접어드니 길 양옆으로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들이 늘어서 있었다.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꼴을 보고 있구나.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.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치면서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었다. 그 환호를 대하자마자 내등이 쭉 펴지면서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느껴졌다. 누가 봤다면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선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. 달리기를 통해서 내가 깨닫게 되는 일은 수없이 많다. 그중에서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 것만은 아..